‘목회자와 평신도지도자간의 영적 교제’ <?XML:NAMESPACE PREFIX = "O" />
강의나 세미나로 목회자들을 섬길 때 ‘평신도를 훈련시켜 함께 사역하면서 가장 힘든 일과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가장 힘든 일은 평신도지도자들이 사역하면서 힘들어 할 때이고, 가장 행복한 일은 평신도지도자들이 보람과 기쁨을 가지고 힘있게 사역할 때이다.’라고 대답한다. 평신도를 훈련시켜 사역을 위임하는 일은 목회자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며 중요한 사역이지만 위임만 해 놓고 그들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평신도지도자들은 영적 침체에 빠지게 된다. ‘목자들이 양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겔 34:2), ‘네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떼에 마음을 두라’(잠 27:23)는 말씀처럼 목회자는 그들을 마음에 품고 평신도지도자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목회자들은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그들은 생업에 종사하며 사역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직장, 사업, 자녀, 경제문제 등을 책임져 가며 목회사역을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사역하지 않고 온 맘과 시간과 물질을 드리며 헌신하는 사역자일수록 쉽게 탈진할 수 있고, 더욱 돌봄이 필요하다. 목회자는 평신도지도자들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알아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적인 필요를 채워 주는 일이 목회자의 최우선적인 사역이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평신도지도자들을 위한 계속적인 돌봄과 교제를 갖을 것인가?
평신도지도자들은 큰 공동체 안에서 실시하는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과정을 마친 사람들이다(새가족반, 양육반, 제자반, 지도자반, 신구약반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계속적인 돌봄과 관심 그리고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진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평신도지도자들과의 만남과 교제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간과 장소를 확실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
정기적인 만남 ‘가정교회지도자모임’
화평교회의 경우 주일 오후 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는 평신도지도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여러 번 예배를 인도하고 점심식사 후에 모이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 만큼은 기다려진다. 오히려 쉼이 되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이미 나와 관계가 형성되었고 같은 목회철학과 비전을 가진 평신도 목회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같이 찬양하고, 기도하고, 삶과 사역을 나누며, 특강 등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주는 시간이다. 서로 수혈받고 공급받는 시간이다. 교회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이때 평신도지도자들과의 만남과 교제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평신도 사역의 극대화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시간만큼은 빠지는 경우가 없으며 전체를 담임목회자인 내가 이끌어간다. 이들과의 교제와 훈련을 위하여 교회 공간 활용이나 시간을 우선순위로 정해 놓았다.
힘들어할 때 상담 그리고 식사교제
주일 오후 가정교회지도자모임 시에 받았던 사역보고서를 주일 저녁 혹은 월요일 오전에 읽고 살펴본 뒤 주간 중에 기도해야 할 사람, 전화해야 할 사람, 심방을 해야 할 사람, 메일․문자 등을 보내야 할 사람 등으로 분류하여 그 주간의 사역을 하게 된다. 그때 연락해야 할 사역자, 만나야 할 사역자를 정해둔다. 그들과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식탁교제를 많이 한다. 특히 토요일 저녁 식사시간은 평신도지도자들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나 자신도 주일 준비를 마친 시간이고 어차피 저녁식사를 해야 할 시간에 만나 식탁교제를 하면서 사역자 가족 이야기와 가정교회 사역에 관한 대화를 한다. 보람있는 일이나 힘든 일에 대해 나누고 듣고 격려해 주고 같이 상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만남을 평신도지도자들은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제한된 시간 때문에 아직 많은 사역자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한번 만납시다.”라고 해 놓고는 수년째 못 만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신도사역자들은 담임목회자를 만나 교제하며 사역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너무 기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 만나 식탁교제나 사역을 나누는 한 평신도지도자의 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목사님을 만난 지 17년이 되었지만 변함없이 사람 세우는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목사님 같은 평신도목회자로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목사님은 제자훈련과 소그룹 목회를 즐기시면서 하시는 것 같다. 가시같이 느껴지는 사람도 품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목회자로서 모든 면에서 본을 보여주고 계신다. 나는 목사님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 만나서 사역도 나누고 식사도 자주 하며 영적으로 충전을 받는다. 늘 가까이 하고 싶고 자주 만나고 싶은 목사님이시다. 목사님도 그 바쁜 중에도 나를 비롯하여 평신도지도자들과 만나 교제하시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시는 것 같다. 나는 내 인생 여정에서 이러한 목사님을 멘토로 삼고 사역하게 된 것을 큰 영광과 축복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행복한 만남을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고 있다. 주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평신도사역자로서 목사님과 동역하며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목회자는 평신도들에 대해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후에 적어도 세 가지는 꼭 마음에 두고 신경을 써야 한다. 첫째, 사역 현장을 주는 일. 둘째, 받은 은사대로 사역을 맡기는 일. 셋째, 계속적인 돌봄과 훈련과 관계를 갖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평신도지도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그들이 섬기는 소그룹은 점점 생명력을 잃어갈 수 있다.
농부가 거위에게 황금알을 매일 낳기를 기대한다면 낳을 수 있는 자원을 유지·보수시켜 주어야 하는 것처럼 역동성있는 사역을 위해서는 목회자가 평신도지도자들에게 때마다 시마다 그들의 필요를 공급해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소그룹의 생명은 훈련된 평신도지도자들에게 달려있다.
신구약반 등 제자훈련 외의 교육훈련 모임
화평공동체는 제자훈련을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95% 이상)이 신구약반을 공부한다. 제자훈련과 지도자반에서 채울 수 없었던 부분을 여기에서 말씀과 교제를 통하여 채우게 된다. 거의 모두들 사역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 안에서 교제하고 말씀으로 재충전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다. 함께 제자훈련 했던 동기들과는 기수별로 모여서 수련회나 식탁교제 등을 통해 기도제목이나 삶을 나누기도 한다. 정말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지난주간에도 참석했다). 또 개인적인 상담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그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내가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들을 통하여 그들과 계속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
얼마 전 13년 가까이 가정교회 사역에 헌신해왔던 일부 평신도지도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신도사역자로서 소그룹 사역을 하면서 수많은 축복과 은혜를 경험하였지만 현재 지쳐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 마음도 아프고 많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저들을 효율적으로 더 잘 섬기고 채워줄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하다가 설문지를 만들어 평신도 지도자 107명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다. 무엇이 가장 힘든지? 보람은 있는지? 목회자가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는지? 등을 익명으로 알아보았다. 설문 결과를 통하여 평신도 지도자들의 마음과 형편을 이해할 수 있었고 갈등을 해소하고 무엇보다도 가정교회 건강 정도와 영적분위기를 점검해 봄으로써 사역을 증대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중 3가지 정도만 설문한 내용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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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화평공동체가 3년 정도 가정교회 사역을 했을 당시 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의 결과에서는 1․3번 모두 긍정적인 응답이 94%였지만 현재의 경우는 각각 84%, 77%로 그 지수가 상당히 내려갔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첫째는 그때보다 평신도사역자들이 3배 가까이 많아졌기 때문에 목회자의 돌봄이나 관심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그룹 사역을 평신도지도자들이 장기간 하다 보니 처음 소그룹 사역의 감격과 비전이 식어져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훈련 내용이나 깊이는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보완되고 질적인 면에서도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평신도지도자들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평신도지도자로서 소그룹 사역을 하면서 자신과 구성원들의 변화와 성숙을 충만하게 경험하였지만 그러한 은혜를 목회자와 나누고 싶고, 목회자의 관심과 교제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설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평신도지도자들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나 교육 내용보다는 담임 목회자와의 관계, 즉 계속적인 돌봄과 사랑의 교제 등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생명력 있게 사역하도록 목회자가 계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어야 하는 것은 기본에 해당된다. 위의 설문결과를 보면서 몇 가지 다짐과 결심을 했다. 첫째, 목회의 에너지를 평신도지도자들에게 현재보다 더 집중해야겠다는 것이다(약70%정도에서 80%정도로). 둘째, 사역하다 지친 평신도지도자들이 쉴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대로 들어줘야겠다는 것이다. 사역을 쉬든지, 핵심가원으로 섬기든지, 혹은 받은 은사대로 다른 사역을 하도록 도와야겠다. 셋째, 가정교회지도자모임이나 주간 중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만남과 교제에 있어 그 내용이나 분위기를 부분적으로 변화․보완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원칙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요즈음 힘들어하던 평신도지도자들의 사역하는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더 역동성 있게 느껴진다. 지금 설문하면 지수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목회자로서 평신도지도자들과 함께 동역하며 그들을 섬기고 돌보는 보람과 행복을 이 세상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것 못지않게 따르는 고뇌와 아픔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을 생각하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다윗이 목이 마르다 할 때 부하 세 명이 적진에 들어가 생명 걸고 길어온 물을 ‘어찌 너희의 피를 마실 수 있겠느냐’ 라며 거절했던 다윗의 마음(대상 11:17-19), 구스여인을 아내로 취했다고 비방하다가 나병에 걸린 동역자 미리암을 위하여 ‘저를 긍휼히 여기사 고쳐달라’고 기도했던 모세(민12:13), 임종을 앞에 두었을 때 자신 주변에서 평생 같이 사역 했던 평신도지도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축복하고 보고싶어 했던 바울과 같은 마음(딤후 4:19-21), 평신도지도자들에 대해 목회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마음인 것 같다. 하나님이 당신의 영광과 주님의 교회를 위하여 나에게 붙여주신 평신도지도자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돌보며 마음껏 섬기고 싶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속히 지나간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위하여 산 삶은 영원하다.’(존 파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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