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셀목회의 대가'들이 대부분 한국 교회를 휩쓸고 지나간 지금, 오직 성장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 교회의 수많은 목회자들은 이제 또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을까? 이 끝없는 세미나 따라다니기의 종착역은 도대체 어디인가? '제자훈련이든 셀목회든 안 해본 게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적합치 않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성공한 가정교회의 현장'으로 잘 알려진 일산 화평교회(www.hwapyungcommunity.org,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730)의 최상태 목사(49)는 '목회의 본질론'을 말한다.
"제자훈련은 평신도 사역자를 세운다. 이렇게 훈련된 사역자들은 가정교회란 광장을 통해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다. 그래서 제자훈련과 가정교회 '제도'는 초대교회가 선택한 목회의 본질이다. '성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 제도는 모든 목회자들에게 목회의 '에이 비 씨'를 제공한다."
화평교회는 1988년 1월에 설립됐다. 1998년까지 10년간은 꾸준히 제자훈련사역으로 교회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훈련된 성도의 숫자가 늘어나고 전체 성도들 수도 늘었다. 질과 양의 성장이 있었지만 그러나 최 목사에겐 다섯 가지 고민도 생겼다.
첫째는 모든 성도들이 교회사역에 참여하는 '헌신된 사역자'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훈련된 성도들이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회환경은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셋째는 제자훈련을 거친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넷째는 제자훈련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불가능할까, 다섯째 제자훈련을 받지 않아도 은사에 따라 헌신할 수는 없을까, 하는 점에 대한 고민이었다.
가정교회는 이런 고민 가운데서 나온 대안인 셈이다. 이미 제자훈련을 통해 잘 훈련받은 평신도 지도자들 24명을 중심으로 가정교회의 '가장'을 삼아 가정교회로의 전환을 이뤘다. 제자훈련의 다락방 구조에서 '순장'이 갖는 역할을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목회적 활동이 가정교회의 가장들에게 위임된 것이다. 설교권, 그러니까 가정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으며, 새벽예배 설교도 가장들이 일부를 맡는다. 가정교회에서의 다양한 활동들도 상황과 여건에 맞춰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다. 예배와 교제와 선교, 교육, 봉사활동 등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정교회 안에서 거뜬히 해낸다. 그야말로 교회인 셈이다.
무엇보다 가정교회에선 누구나 은사에 따라 사역의 일부를 감당한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최 목사는 가정교회로 전환하기 이전 교회가 해야 할 돌봄의 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데 따른 고민이 있었다. 교역자들이 총동원되어 성도들의 가정에 전화하고 직접 방문하는 일이 사실 역부족이었다. 효율적인 돌봄도 부족했다. 가령 집중적인 양육과 돌봄이 필요한 성도 가정이 제외되기 십상이었고, 교역자들의 에너지는 중복되거나 치우치기도 했다. 이것은 그레그 옥덴이 '교회개혁 이야기'에서 말한 "10-20%의 사람들만이 사역에 참여하고 나머지 80-90%는 구경꾼들에 불과한 것이 오늘날의 교회 현실이다"는 지적과 다르지 않았다.
가정교회로의 전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면서 모든 성도들이 자율적으로 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제공했다. 최 목사의 이야기다.
"가정교회 사역을 하기 이전에는 평신도들에게도 목회자처럼 다른 지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는 줄을 몰랐었다. 그러나 가정교회로 전환한 뒤 평신도 사역자들에게도 목사와 같은 마음이나 그 이상의 헌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구성원들을 위해서 날마다 기도하고 섬김으로써 사람이 변할 뿐 아니라 평신도 사역자 자신들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 교회의 평신도 사역자들의 95%가 그룹원들을 위해 희생할 각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화평교회의 36개 가정교회들은 7-12명의 소그룹으로 그 안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각 담당영역과 고유사역을 가지며, 이 때문에 전체 성도들이 자율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게 된다. 각 가정교회에서의 공동체성은 초대교회의 형제애를 그대로 회복하고 있다. 그래서 교인들은 먼 곳에 이사를 가도 쉽게 교회를 옮기지 못한다. "목사의 설교보다 가정교회를 통한 관계 형성이 성도들을 하나로 묶는 원인"(최상태 목사)이 되는 것이다.
셀 번식 곧 양적 성장과 관련해 화평교회는 가정교회 내의 공동체성을 감안해 가정교회 지도자가 분가, 곧 셀 번식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분가를 못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한 때 44개로 분가한 때도 있었지만 이들이 다시 현재의 36개로 정리된 것이다. 현재 가장들은 75%가 남성 성도이며, 가장의 일을 돕는 가정총무는 가장의 아내들이 맡음으로써 부부 중심의 사역이 잘 이뤄지고 있다. 각 가정교회에서는 분가를 대비해 예비 가장을 훈련하는 데도 노력한다. 예비 가장을 지목하는 사람 역시 가장 몫이다. 매주일 오후 가정교회 지도자들의 모임이 열리는데 한 달에 한 번은 가장이 지목하고 있는 예비 가장들까지 참석해 이들이 가장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만약 분가가 결정되면 가장이 예비 가장에게 현재의 교회를 맡기고 자신은 한 두 명만 데리고 나가 새롭게 개척을 하게 된다.
가정교회는 그러나 자칫 공동체성에 매여 교회의 보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녀야 할 지적 영역 및 사역의 지평을 넓히는 데엔 소홀해질 수 있다. 작은 공동체인 가정교회들에 비해 큰 공동체인 화평교회의 임무는 이런 영역을 감당함으로써 가정교회의 활동을 지원한다.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그 핵심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가족반, 양육반, 제자훈련반, 지도자훈련반, 부부성장반, 전도폭발훈련반, 중보기도팀 등이 있어 가정교회에서 할 수 없는 영역들을 큰 공동체 속에서 제대로 진행하게 된다.
가정교회가 한 쪽 날개라면 제자훈련이 또 다른 날개가 되어 더 높이 나는 것이다.
김갑주14-07-05 09:11
가정교회 제자훈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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